강철비 2: 정상회담

스포일러로 볼 수 있는 내용이 있을 수도 있으나 생각할 거리가 많음으로

읽어보시고 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 관련 글

강철비(링크)

 

2017년 개봉했던 강철비의 후속작이 개봉했다. 국제 정세와 군사 분야에 관심이 있는 나는 피할 수 없는 영화였다. 물론 웹툰 스틸레인 3: 정상회담(링크)도 재밌게 봤기 때문에 더 그랬다.

 

가까운 미래의 한국

미국과 일본은 조어도(센카쿠)에서 미일 연합 훈련을 하고 중국은 이것을 중국 봉쇄 훈련이라고 생각하며 격렬하게 반대한다. 지소미아처럼 미국은 한미일 구조에 끼워 넣기 위해 한국에 훈련 참가를 요청하고 중국은 이를 거부하라고 요청하는 상황. 성사될뻔한 북미협상이 다시 틀어지자 한국은 조어도(센카쿠) 미일 연합훈련이 단순한 훈련이 아니라 더 큰 움직임의 시작이라고 의심하지만 결국 훈련 참가를 결정하여 틀어진 북미협상을 다시 시작하게 만든다. 북한 원산에서 시작되는 북미 협상에 초대된 한국은 북미 수교의 입구에서 협상 조건을 다시 옮기는 미국, 완고한 북한 사이에서 또다시 조정자의 역할을 위협받는다. 하지만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상황은 바뀌는데...

 

이번 강철비 2: 정상회담에서는 1편과는 다른 설정이 등장한다. 그리고 지금 시점의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 5년마다 정권이 교체된다. 그렇기에 이번 정권에서 확고한 방점을 찍고 싶다. 하지만 정작 휴전협정에서 서명하지 않았으니 당사자는 아니지만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당사자이기도 하다. 북한과 미국은 이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고 우리는 설득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미국을 설득해서 제재를 풀어야 한국이 북한에 진출하여 활동할 여지가 생기고 그에 따른 생산물을 수출하여 경제성장과 그에 따른 한반도 안정화가 가능하니까. 하지만 미국 설득을 위해서는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또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물고 물리는 관계에서 양쪽을 모두 설득해야 하는 관계다.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해야 하지만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는 이중적인 관계다.

 

북한 - 이제는 개방해서 성장이라는 것을 하고 싶다. 이렇게 폐쇄적으로 중국이 기대어 존재하는 것에 한계가 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버텼지만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하지만 선군정치로 군사 분야가 정치도 주무르는 나라에서 개방한 뒤 전쟁이 없는 시대에 군부 세력의 존재는 어떻게 될까? 지금은 억누르고 있지만, 개방의 효과가 조금이라도 부실하다면 군부 세력은 반역을 하지 않을까? 미국에 의한 정권교체를 두려워했지만 내부의 시한폭탄은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 이런 두려움은 군부 세력을 자꾸 보수적으로 만들어 중국과 함께 하던 시절을 생각하게 만든다.

 

미국 - 국제평화라는 가치로 움직이지 않는다. 대선 스케줄에 맞춰서 가장 좋은 쇼 타이밍이 언제인지를 고려한다. 미국의 가치가 이렇지는 않더라도 미국 대통령의 가치는 이렇다. 지지율을 시청률처럼 다루는 미국 대통령에게 한반도의 역사와 북미 관계의 시대적 변화 같은 건 사치다. 다만, 이럼에도 중국에 대한 인식은 모든 미국이 공유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 혼내주겠다고 하는 건 허풍 취급해도 되지만 중국은 다르다. 소련 이후 이렇게 미국을 긴장시키는 존재는 처음이다. 밀려드는 중국 상품을 시작해서 차세대 5G 통신망의 주도권 등 너무나 밀접하게 미국의 영역에 스며들어 있다. 꺾을 수 있다면 더 커지기 전에 꺾어야 한다. 

 

중국 - 아시아에서는 이제 적수가 없다. 그리고 태평양을 넘본다. 하지만 그 자신감은 완벽하지 않다. 미국의 힘이 지상군을 중심으로는 한국과 주한미군, 해군을 중심으로는 자위대와 주일미군이 봉쇄하고 있다. 그나마 한국의 약한 고리는 북한과 무역 규모다. 한국만 잘 관리해도 미국의 한 축은 잠궈둘 수 있다. 그렇기에 북한과의 협력과 중국 시장에서 무역 등 다양한 관계를 활용하여 한국을 최대한 미국의 군사행동에서 배제하려 만든다. 이렇게 되면 일본 하나 상대하는 건 해볼 만하다. 물론 그렇다고 북한을 잘살게 도와줄 생각은 없다. 빈곤해야 의존하고 의존해야 주도권이 있는 거다. 북한이 중국에 의지하며 자유 진영과의 완충지대로 영원히 존재한다면 최고의 시나리오다.  

 

일본 - 과거가 그립다. 한때는 태평양을 중심으로 미국과 패권을 다투며 쓴맛을 보여줬던 유일한 국가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무기를 사는 것도 무역하는 것도... 과거 미국과 패권을 다투며 아시아의 압도적인 존재로 군림하던 과거가 너무나 그립다. 그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미국이 잠가둔 안전핀을 하나씩 풀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가까운 경쟁 세력을 제거할 수 있다면 최고의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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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독도 영유권' 주장..국방부, 일본 무관 불러 강력항의(링크)

軍, 일본 초계기 '저공 위협비행' 증거 사진 공개(링크)

일본 초계기, 광개토대왕함 150m 위에서 저공비행 위협(링크)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시대의 변화를 너무나 잘 반영한다는 것에 놀랍다. 반일영화라고? 지금 일본이 하는 것에 찬성할 수 있는지 오히려 물어보고 싶다. 일제 강점기 시절의 빼앗긴 영토를 일본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팩트이며 그 팩트 위에서 한반도 평화 시대에 우리의 적은 어떻게 규정되는가에 대한 문제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다 보면 감독이 생각하는 바가 읽힌다. 북한은 범 친미진영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과 한국은 아직은 참으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나 쿠키 영상에서 통일에 대한 생각이 나오는데 그것 말고도 원작 웹툰에서 나왔던 아래의 내용이 더 감독의 명확한 의견이 아니었나 싶다. 

 

 

이제 영화 자체로 본다면 액션신은 아쉬운 것이 없으나 전체적으로는 뭔가 좀 아쉽다. 잠수함 영화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붉은 10월이나 크림슨 타이드처럼 밀폐된 공간에서의 묵직한 긴장감은 덜하다. 그렇기에 붉은 10월이나 크림슨 타이드의 묵직함을 기대했다면 좀 가볍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국제 정세를 설명해주기 위한 대사와 장면들과 간간이 터지는 가벼운 장면들이 관객을 너무 피곤하게 하지 않기 위한 배려일 수는 있겠지만 약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과 평화를 말하자는 게 반미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건 파블로프의 개처럼 공식이 성립된 세뇌에 따른 결과물일 것이다.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북한과 평화를 말하려면 북한을 친미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리고 일본의 역할과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일본이 더 대담하게 무력시위를 하며 경제 보복을 하고 남북미가 새로운 움직임을 보여줘야 할 시점에 있을법한 시나리오를 눈으로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 이미지는 다음 영화, 다음 웹툰입니다(사진 1, 사진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