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보고서는 최근 자주 등장하는 플랫폼에 관한 것으로 기업의 특징에 따른 분류와 예시가 풍부한 보고서다. 페이지 수도 무려 62페이지에 달한다. 이 보고서의 특징은 기업의 성질에 따라 통제 지향적, 개방 지향적으로 나누고 가치가 어디서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소비자 지향적, 중간재 지향적으로 나누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류는 기업이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는데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여 적절한 전략을 만들고 대응을 할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좋은 전략적 도구도 플랫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플랫폼의 성질과 맞지 않다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플랫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란 어때야 할까?
플랫폼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을 교통 시스템에 비유해보자. 신호등은 사소하지만 사용자간행동의 약속을 규정하는 매우 중요한 기본이다. 파란색은 통과 주황색은 주의 또는 빨간색 이전의 예비 단계를, 빨간색은 정지를 의미한다. 이 기본을 바탕으로 차량의 흐름을 제어한다.
교통 시스템을 만들고 가꾸어 나가는 플랫폼 설계자는 이 원칙을 깨면 안 된다. 그리고 사용자들의 이 신호에 대한 믿을 깨서는 안 된다. 믿음이 깨지는 순간 서로 간의 약속은 무의미하게 되고 그때부터는 난장판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플랫폼 설계자가 수익 모델을 파란색을 팔아먹는 것으로 하겠다고 생각해보자. 차량이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파란색을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든 다음 특정 차량에 부착할 수 있는 권리를 파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이 권리를 가진 차량은 도로를 편하게 이용하겠지만 다른 차량(권리를 가지지 못한 차량)은 그만큼의 불편함을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대기상태에 있어야 할 것이니까 말이다. 이런 차별을 견뎌낼 사용자가 과연 누가 있을까? 다수가 참여하고 네트워크로 덕분에 가치가 급속하게 증폭되는 플랫폼에서 이런 구조는 망하는 지름길이다.
그렇다면 어떤 수익 모델을 만들어야 할까? 교통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흐름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고 거기서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 교통 시스템이라면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이 있을 것이고 그곳을 바탕으로 쾌적한 환승 구조를 만든다거나 사용자가 쉴 수 있는 휴게소를 만들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리적 특성에 바탕을 둔 적절한 화물기지나 창고 등의 시설로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런 수익 모델이 플랫폼에는 필요하다. 플랫폼에 참여한 사용자들 그리고 플랫폼을 만든 설계자 모두가 서로가 약속한 신호 및 구조에 대한 약속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이는 플랫폼 설계자의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필요로 한다. '내가 설계한 플랫폼인데 왜 내 맘대로 못하지?'라는 생각이나 '내가 없으면 어차피 너희 어디로 갈 꺼냐?'라는 생각을 떨쳐내고 자신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가능한 것이다.
플랫폼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자사의 기술적 특징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을 팔지 않으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와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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