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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기업 전략

통신사에 대항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망 중립성 논리는 무엇인가?

by cfono1 2012. 5. 15.

삼성전자와 KT가 스마트TV를 놓고 싸운 지 3달이 다 되어 간다. 겉으로 봐서는 갈등이 봉합된 것 같지만, 여전히 그 불씨는 살아있다. 그리고 그 불씨는 포털 Daum의 스마트TV로 살아날 것이고 연말 애플의 스마트TV인 iTV로 더 활활 타오를 것이다.


관련 글누가 권력을 가지는가? 삼성전자와 KT 스마트TV 싸움(링크)


통신사의 논리는 증가하는 트래픽은 이제 망 중립성(망 중립성은 모든 네트워크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비차별, 상호접속, 접근성 등 3가지 원칙이 같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 조건이다 - 위키백과)을 더는 지키기 어려운 지경까지 왔으며 새롭게 플랫폼을 가지고 들어온 참여자가 그에 합당한 대가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 망 중립성 싸움의 시작이었던 카카오톡. 통신사에게는 수익을 갉아먹는 공공의 적이었다 >


인터넷 공간의 이상적인 명분도 현실세계의 돈이라는 명분 앞에서는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투자 없이 폭증하는 트래픽을 감당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분명히 통신사의 논리는 합당한 부분이 있다. 그렇기에 플랫폼 사업자는 딱히 그에 맞는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통신사의 논리에 빈틈은 없을까? 만약 빈틈이 있다면 플랫폼 사업자는 그에 맞는 새로운 논리로 플랫폼 사업자 진영의 논리를 구축할 것이고 통신사의 현실론에 대항하는 새로운 구도를 짤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이야기는 바로 플랫폼 사업자가 통신사에 대항하는 망 중립성의 논리다.


한때 나이키의 경쟁자는 아디다스가 아니라 닌텐도라는 말이 있었다. 일종의 발상 전환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24시간. 이는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것이다. 나이키의 성장은 고객이 운동할 때 가능하다. 즉, 축구와 농구 등의 운동을 해야만 나이키의 제품이 팔리는 것이다. 그런데 운동을 할 시간 자체를 빼앗아 가면 어떻게 될까? 닌텐도가 바로 그런 존재였다. 닌텐도의 게임기가 운동할 시간을 잡아먹자 나이키는 자사 제품을 성장시킬 기회 자체를 잃게 된 것이다. 이제 시간이라는 개념을 망 중립성에 끌어와 보자.


과거 유선 인터넷만 존재하던 시절에 트래픽을 일으키는 기기는 PC와 노트북 같은 기기였다. 이 말은 사용자의 시간을 점유하는 기기가 PC와 노트북뿐이었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스마트폰이 등장했다. 이제 사용자의 시간을 점유하는 것은 PC와 노트북 그리고 스마트폰이다. 사용자의 한정된 시간을 쓰는 기기가 2종류가 되었으니 각 기가가 일으키는 트래픽의 수준이 이전과는 달라졌다. 다시 여기서 스마트TV가 등장한다. 이제 사용자의 시간을 점유하는 기기는 3종류가 된다. 


PC와 노트북을 통해서 하던 웹서핑과 이메일 확인을 스마트폰이 하면서 PC와 노트북의 비중이 줄어든다. 사용시간이 줄었으니 이전보다 발생하는 트래픽의 양도 줄어들 것이다(가정 1 - 사용 습관은 비슷하다 / 가정 - 2 인터넷 환경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는 무시한다. 예를 들면 콘텐츠의 고품질화 같은 것 말이다. 이는 플랫폼 사업자의 차별성과는 다른 문제다). 여기에 다시 스마트 TV가 등장하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사용자가 웹서핑과 이메일 확인을 스마트TV를 통해서 하면 또다시 PC와 노트북의 비중이 줄고 스마트폰의 비중도 줄기 때문이다. 즉, 한정된 사용자 시간이라는 것을 두고 인터넷 콘텐츠 및 서비스를 소비하는 기기 간의 점유율에서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 풍선의 한쪽을 누른다고 해서 공기의 총량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그 모양이 변할 뿐이다 >


물론 풍선의 크기는 인터넷 콘텐츠의 발전에 따라 증가할 것이다. 그럼에도 풍선이 한 개 즉 소비자의 시간은 24시간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무선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면 그만큼 유선 인터넷은 완만한 성장을 할 것이다. 사용자의 인터넷 소비 시간을 유선에서 무선으로 뺐겼기 때문이다. 이제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통신사의 주장을 살펴보자. 우리는 이미 유선에 대한 망 비용을 치르고 무선에 대한 망 비용을 치르고 있다. 즉 24시간 언제 어디서든 유무선으로 접속할 수 있는 비용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다가 다시 인터넷을 소비하는 기기가 늘었으니 다시 비용을 내라고 하고 있다. 24시간 이외에 스마트TV를 소비하기 위한 전용의 시간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 데 말이다.



오늘의 이야기가 발전하는 인터넷 세상을 해결하는 단 하나의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통신사의 주장에 대항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논리로서 통신사의 주장을 적절히 견제하며 통신사 일변의 정책이 가져올 폐해를 막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IT 산업의 미래를 위해 망 중립성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을 활용했습니다.


* 이 글은 아이에데이에 뉴스 스토리 / IT 칼럼에도 기고(링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