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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기업 전략

애플 자동차 전략의 핵심 - 테슬라 모터스

by cfono1 2012. 5. 22.

모든 산업은 그 산업 고유의 성격이 있다. 예를 들어 철강 산업은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데 우리 생활의 기본적인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IT 산업의 성격은 뭘까? 바로 미친 융화력이다. IT라는 산업의 기본 구성이 전자, 네트워크 같은 영역이다 보니 기존의 어떤 산업이든 융화되어 정밀성과 편리함을 높여준다. 그렇기에 더 빠르고 더 편리한 이런 '더'라는 개념을 위해선 IT가 필수다. 그리고 이런 IT 융화에 가장 활발한 영역이 바로 자동차다.


자동차는 기술 발전의 역사에서 전자기기의 영역을 많이 받아들였다. 기존의 기계적 한계를 넘기 위해서 필연적인 결과이다. 그 좋은 예로 디젤 엔진이 있다. 과거의 디젤 엔진은 저렴한 연료라는 특징 덕에 버스나 트럭에 많이 쓰였다. 연료의 특성상 힘은 좋지만 그에 따르는 태생적인 한계인 자연발화식이라는 점화방식으로 언제나 검은 매연과 함께했다.


< 가솔린 엔진처럼 분사되고 압축된 연료에 불을 붙여주는 점화플러그가 없다 >


< 그 덕분에 불완전 연소한 연료는 매연으로 나오고 디젤 엔진 = 매연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게 되었다 >


하지만 이러한 기계적 한계는 전자기기를 만나면서 달라진다. 전자기기는 더 정밀한 연료 분사 타이밍과 압력 조절, 분사량 조절을 가능하게 했고 그 결과 엔진 출력 향상은 향상되고 매연은 극적으로 줄었다. 최신의 디젤 엔진은 오히려 가솔린 엔진보다 이산화탄소와 매연의 양이 적게 발생한다. 전자기기가 엔진의 기능을 더 완전 연소에 가깝게 만들면서 가능한 일이다.


< 아우디의 대표적 고효율, 저공해 엔진인 TDI 엔진 > 


이제 자동차 기술과 전자기기의 만남은 이러한 성능 개선을 넘어 더 극적으로 변하고 있는데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정보(Information)와 오락(Entertainment)의 합성어로 정보제공과 오락의 성격을 지닌 멀티미디어서비스 또는 응용소프트웨어) 시스템과 각 센서와 유기적 연결을 하는 내부 신경망, 다른 모바일 기기와의 네트워크 등이 그것이다. IT 회사는 또 하나의 시장이 열린 것이니 포기할 수 없고 자동차 회사는 자사의 성장을 위한 시대 흐름이니 포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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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애플도 이 흐름에 맞는 움직임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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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에서 페라리는 중요하지 않다. 주목해야 할 것은 테슬라 모터스다. 테슬라 모터스는 순수하게 전기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으로 이미 이 분야에서는 상당한 수준에 올라간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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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애플과 테슬라의 연합에 주목해야 할까? 그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1. 기업의 위치

태블릿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최대 세력이다. 한 기업이 나머지 모든 세력과 동등한 싸움을 할 수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이런 애플도 태블릿과 스마트폰이라는 영역을 넘어 모든 전자기기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최대 세력이 아니다. 이때는 HP, 델,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기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가장 앞선 영역의 기업이라는 애플의 위치는 독특한 영역을 가진다. 이러한 성격은 테슬라도 마찬가지다. 순수 전기 자동차, 고가의 고성능 영역에서 테슬라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하지만 순수 전기 자동차, 고성능 영역을 벗어나 모든 자동차 영역이라는 관점에서는 테슬라도 소수에 불과하다. 소수의 독특한 기업이 만났을 때 그들의 이미지는 훼손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다. 다수 영역이 가지는 평범한 성격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2. 애플의 한계

이 문제는 1번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다. 애플은 전자기기 회사다. 이 성격은 변할 수 없는 고유한 기업 DNA다. 그런데 이런 기업이 엔진의 RPM과 토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병렬과 직렬의 차이와 특성, 여기서 오는 진동과 열 이런 영역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될까? 어렵다. 기계적 특징은 전자회사인 애플이 들어가고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생소하다. 하지만 전기모터는 다르다. 전자기기이지만 동력을 생산하는 전기모터는 휘발유와 디젤을 연료로 하는 엔진보다 더 쉬운 접근이다. 거기다가 동력원이 되는 배터리 최적화 기술은 애플에게 생소한 분야가 아니다. 에너지원인 배터리와 동력 생산에 쓰이는 전기모터를 제외하면 애플에 필요한 기술은 차체를 구성하는 프레임이 될 것이다(물론 많은 기술이 필요하겠지만 큰 관점에서 본다면). 

< 아우디 A6와 R8의 프레임 >


이런 프레임 기술을 과연 누가 애플에 주려고 할까? 전자기기의 특성을 제외한 순수 기계적 영역인 프레임 기술은 자동차 기업의 핵심 기술이자 전자기기 회사에 뺏길 수 없는 절대 영역이다. 아무리 자동차 기업의 마음이 급하다고 한들 넘겨줄 수 없는 마지막 영역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험과 기술 또한 애플이 테슬라와 손잡는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애플이 테슬라와 파트너십을 넘어 인수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제 애플은 자사의 전자기기적 성격을 넘어 이해할 수 없던 자동차 프레임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손에 넣을 것이다. 그리고 양산 시설도 손에 넣을 것이다. 그 결과 전기차 생산을 위해 새로운 공장을 짓거나 메이저 자동차 회사와 협상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대중적 자동차가 아닌 고가, 고성능 영역의 전기차를 생산하던 테슬라 모터스의 이미지는 애플의 고급스러우면서도 고성능의 이미지에도 손상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고품질의 전기차를 생산하는 테슬라의 고객은 넘쳐난다. 애플로서는 더없이 좋은 전기차 시나리오다. 



애플이 모바일 영역에서 가전의 영역으로 옮겨오고 있다. 자동차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은 시간의 문제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대응 전략 또한 제대로 만들 수 없다. 이것은 전기차를 계획하는 모든 자동차 업체와 전기차에 관심을 둔 모든 IT 업체가 해야 할 고민이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을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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