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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by cfono1 2012. 7. 27.






정말이지 너무너무 기다렸던 영화!!! 드디어 봤다. 그리고 너무 좋았다. 새로운 배트맨의 종결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조커의 압박으로 결국 미쳐버린 하비 덴트. 그는 결국 조커의 광기를 닮은 투 페이스가 되었고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며 도시를 위협에 빠트린다. 하지만 도시의 희망으로 여기고 있던 하비 덴트가 희망의 상징에서 악의 상징으로 추락하여 고담 시민에게 절망의 상징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고든과 배트맨은 결국 진실을 묻어두기로 한다. 그렇게 고든은 경찰이란 조직에 남았고 자신이 사랑한 여자를 잃은 배트맨은 하비 덴트의 살인이라는 죄명과 함께 모습을 감춘다. 


그 후로 8년이 지났다. 고담시는 하비 덴트의 죽음으로 '블랙 게이트'라는 수용소를 만든 뒤 자비 없는 법 집행으로 최악의 범인들을 모두 가둬버린다. 안전해진 도시에서 시민을 위해 싸우던 경찰 고든은 이제 자신이 알고 있던 진실에 대한 가책과 싸우며 힘든 시간을 보낸다.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을 하면서 겪었던 육체적인 한계와 상처, 그리고 슬픔으로 저택에서 은둔의 삶을 산다. 이 둘 빼고는 모두가 만족하는 평화가 왔다. 그러나 베인이 나타나면서 이 모든 게 깨진다. 결국 브루스 웨인은 베인과 대적하기 위해 저택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넘어 세상으로 나오려고 한다.


베인은 이미 배트맨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배트맨 이전에 브루스 웨인의 삶을 먼저 파괴하기로 한다. 이 용병 출신으로 라스 알굴의 후계자임을 자처하는 베인은 증권거래소를 해킹하여 브루스 웨인을 알거지로 만든다. 그가 가진 것의 모든 것을 철저히 밟아줄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배트맨은 기다릴 것 없이 빨리 승부를 짓기로 마음먹고 먼저 베인을 습격하기로 한다. 과거 어둠의 사도 조직의 리더 라스 알굴을 꺾었던 배트맨이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베인을 상대하러 간 것이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배트맨의 처절한 패배. 8년의 기간 동안 은둔의 삶을 살며 배트맨 생활로 망가진 몸을 치료하지 않은 댓가는 너무나 혹독했다. 안 그래도 압도적인 베인의 힘을 이런 나약해진 배트맨은 이겨내지 못했다. 


베인은 배트맨의 부를 파괴하고 육체를 파괴했다. 그리고 그의 영혼마저 파괴하기 위해 한때 자신이 갇혔던 지하 감옥에 감금한다. 알량한 희망으로 수감자의 정신을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지하 감옥에서 그렇게 지키고자 했던 고담시의 붕괴를 무기력하게 바라보라는 것이다. 베인 과의 전투로 불구나 다름없는 몸에 탈출할 수 없는 지하 감옥... 배트맨은 일어설까?



이번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전작 다크 나이트와 비교하여 평을 하는 사람이 많다. 시리즈다 보니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전작 보다는 좀 약하지 않으냐는 평이 많은데 이 또한 어쩔 수 없다. 그 이유는 조커 때문이다.






조커는 정말 제대로 미친 놈이다. 그것도 자신만의 철학은 근간으로 제대로 미쳤다. 돈 때문에 테러를 한다거나 어떤 정치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 인질로 잡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하비 덴트와 병원에서 대화를 하듯이 그는 그저 뼈다귀를 쫓는 개와 같은 존재다. 개가 뼈다귀를 쫓으며 달릴 때는 이유가 없다. 그게 본능이니까.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즐거우니까. 자신의 유일한 즐거움인 배트맨과의 싸움을 위해 고담 시를 언제든지 불태울 수 있는 존재 그리고 이것이 삶 그 자체가 되어버린 존재다. 그 과정에서 오는 사람들의 혼란 또한 쏠쏠한 즐거움으로 여긴다. 배트맨이 고담 시를 지키고자 하는 열망이 클수록 조커의 즐거움도 커진다. 배트맨이 느낄 절망의 깊이만큼 조커의 즐거움은 비례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인은 그렇지 못했다. 베인의 고담 시를 부수고 배트맨을 절망으로 괴롭히겠다는 작전은 한 사람에 대한 감정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용병으로서 작전을 짠 것이다. 복수인 것이다. 이 복수라는 수준은 조커의 본능과 즐거움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작전을 대하는 것은 배트맨의 능력이 감당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렇기에 베인은 육체적으로 배트맨에게 힘든 대상일지언정 진정한 의미의 호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 결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다크 나이트만큼 관객을 강력하게 지배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별 볼 일 없는 영화냐 하면 그것은 절대 아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시리즈를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을 관통하는 주제는 정의라는 것에 대한 고민이다. 배트맨이 나타나기 전 고담 시는 최악의 도시다. 범죄자들이 결탁하여 경찰을 매수하고 부정하게 쌓은 부로 변호사를 선임하여 합법적으로 법 위에서 논다. 법이 법 같지 않은 세상에서 과연 법의 존재를 어떻게 봐야 할까? 법은 정의를 구현하는 수단인데 그 기능을 상실하면 직접 정의를 구현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고민의 끝에 배트맨의 존재가 있다. 자신이 쌓은 막대한 부와 기술을 이용하여 어디에 있든 반드시 찾아내 정의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개인의 아픔을 정의에 대한 의지로 승화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초법적인 의지가 다른 사람에 의해 구현되면 우리의 사회는 어떻게 바뀔까?

 

< 추적자의 비리 검사. 법이 법 같지 않기에 아버지는 직접 정의를 구현해야 했다 >


< 부산저축은행의 로비스트 역할을 했던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 >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은진수 감사의원이 가석방으로 나올 것이라 한다. 서민의 등에 비수를 꽂는 저축은행을 두둔하고 결탁했던 사람이다(기사 링크). 이런 사람이 모범수다. 모범수로 가석방이 되는 것이다. 법이 법 같지 않은 세상. 이것은 드라마 속에서의 일도 아니고 고담 시에서의 일도 아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다. 그럼 정의는 어떻게 구현해야 할까? 라스 알굴이 있던 어둠의 사도들처럼 세상을 붕괴시켜 포맷해야 할까? 아니면 배트맨을 기다려야 할까?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런 물음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선택과 믿음을 다크 나이트에서는 서로의 배에 장치된 폭탄을 터트리지 않는 시민과 범죄자들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는 도시를 압도적인 무기로 장악한 범죄자들과 용병 무리와 맞서는 경찰들의 전투신으로 보여준다. 이런 고민들과 철학이 배트맨을 단순히 만화 원작의 영웅물을 넘어서는 힘이다.


이제 그런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도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마지막으로 작별이다. 하지만 배트맨이 끝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여전히 고담 시는 법이 법 같지 않고 악당들은 배트맨이 가지고 있는 정의라느 상징을 꺾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바라는 게 있다면 다음에는 캣우먼과 로빈도 함께였으면 좋겠다는 거다.




* 이미지는 Daum 영화 및 구글 검색을 활용했습니다(추적자 사진 - 링크, 은진수 사진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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