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로봇이 나왔으면 이제 조종하는 로봇도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맞다. 길예르모 델 토로가 바로 그걸 했다. 퍼시픽 림!
인간이 상상했던 그 어떤 생명체보다 거대하고 흉포한 생명체 카이주가 바다에서 올라왔다. 그 생명체는 인간의 문명을 장난감 부수듯 박살을 냈고 기존의 탱크와 전투기 등의 화력으로 6일 만에 가까스로 잡았지만 피해는 너무나 컸다. 하지만 일회성이 아니라 주기를 가지고 출현하기 시작했고 이에 인류는 이게 새로운 종류의 전투가 될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만들었다. 수십미터의 강철 괴물을. 롤리는 형과 그런 괴물 카이주를 잡는 괴물 예거의 파일럿이다. 두 명의 파일럿이 기억과 정신을 공유하며 한 명이 뇌의 좌반구, 또 한 명이 뇌의 우반구 역할을 하며 조종하는 예거에게 있어 두 파일럿의 정신적 공유인 드리프트는 너무나 중요한 요소다. 롤리와 형은 이 수치가 매우 높아 미국을 방어하는 예거 집시 데인저의 조종사가 된 것이다. 하지만 전투 중에 형을 잃는 경험을 한 롤리는 파일럿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막노동 생활을 전전하며 살아간다. 승리하는 전투에서 느끼는 자만심 때문인지 각국의 정부는 이제 예거가 아닌 울타리를 세워 지키고자 하나 호주에 출현한 카이주에 의해 방벽은 무용지물임을 깨닫는다. 이에 예거 프로그램을 이끄는 스탁커 대장은 예거 프로그램의 중지 탓에 얼마 남지 않은 예거를 한 곳에 모아 카이주가 나오는 포탈을 공격하기로 하는데...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느끼는 게 어디서 많이 본듯한 그런 느낌일 꺼다. 해안가의 울타리는 진격의 거인이 떠오르고 예거들의 느낌은 전반적으로 일본 만화의 로봇을 닮았다. 하지만 그런 점들이 이 영화를 까먹기에는 이 영화의 재미가 너무 아깝다. 물론 영화 흐름이 좀 아쉬운 것도 있다. 이 영화에는 두 명의 박사가 등장하는데 한 명은 수학적 분석, 또 한 명은 생물학자라 서로 항상 다투는 사이다. 친구임에도 말이다. 이 둘이 이 영화에서 웃기는 부분을 담당하는데 흐름을 좀 깨는 그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미덕은 CG 아니겠는가? 빌딩만 한 로봇이 빌딩만 한 괴물과 육탄전을 벌이는 모습을 재현해 내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그런 조직을 가상으로 만들되 실제 있는 조직처럼 세트를 꾸미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근데 그걸 해냈다. 예거와 카이주의 싸움은 덩치만큼이나 무게감 있고 사실적이다. 특히나 홍콩에서의 싸움이 인상적인데 주변에 잡히는 거 들고 막 싸우는 모습이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한 액션을 선사한다. 한마디로 로봇 좋아한다면 즐겨볼 수 있는 영화라는 거다. 다만, 이 말을 반대로 하면 로봇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그저 유치한 영화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로봇을 사랑한다면 후회 없는 선택이 될듯하다.
* 이미지는 다음 영화입니다(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