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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을러지는 IT 기업, 피곤해지는 사용자 - 주민번호 시대의 복귀인가?

by cfono1 2013. 9. 2.

다음이 지도 APP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UI에서 바뀐 부분이 있지만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위치 정보의 요구였다. 알다시피 개인정보의 요구는 민감한 부분이다. 특히나 위치 정보는 사용자의 실시간 정보이며 행동의 모든 움직임이 파악된다는 점에서 굉장히 민감한 정보다. 


 < 왜 계속 물어볼까? >


그런데 이번 업데이트 이후 다음 지도 APP은 이걸 쉴 새 없이 물어본다. 물론 이 기능 자체가 쓸모없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길을 잘 모르는 사람은 자동으로 위치를 파악하여 정보를 알려주는 이 기능에 매우 만족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닌 경우다. 모든 사용자가 위치 정보를 제공하며 정보를 찾으려고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하철 검색이나 버스 노선이 궁금할 수도 있고 지리 정보가 궁금할 수도 있다. 꼭 나의 위치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집요하게 물어본다. APP을 실행시킬 때도 다른 메뉴로 이동할 때도 다른 APP에서 멀티 테스킹 하다 다시 복귀할 때도 말이다. APP의 기능 구현 자체가 이렇다 보니 사용자에게는 오직 3개의 선택지만 존재한다. 


1. 끊임없이 취소 버튼을 누르고 쓴다

2. 그냥 내 정보를 내 의지에 상관없이 제공하고 쓴다(물론 이 정보는 구글에도 가며 GPS로 인한 배터리 소모는 덤이다)

3. 지도 APP을 지운다


어느 하나 사용자 중심인 것은 하나도 없다. 그냥 APP에다가 설정에서 GPS 위치 관련 설정하나 추가해서 사용자에게 맡기면 되는 일을 왜 이렇게 하는 걸까? 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기업이 게을러졌다고밖에는 볼 수 없다. 


< 네이버라고 다르겠는가? >


만약 런닝 앱이라면 사용자가 자신의 코스를 알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GPS 위치 기능을 사용할 것이다. 사용자의 목적과 서비스의 편의 제공이 같은 방향을 가는 것이다. 이런 경우 사용자에게도 무리가 없으며 기업 또한 그에 맞는 데이터를 획득하여 서비스 개선에 도움이 된다. 문제는 기업이 이러한 목적에 맞는 서비스 제공을 통한 유효 데이터 획득이 아닌 무차별적인 데이터 획득에 집중할 때다. 전자는 서비스 개발에 고민해야 하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 한마디로 정말 편하다. 그저 팝업을 띄우고 약관을 변경하면 된다. 언제까지? 사용자가 항복할 때까지 계속 데이터를 내놓으라고 하면 된다.


이건 단순한 기능 변경을 의미하지 않는다. 과거 한국은 어떤 서비스를 하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했다(물론 여기에는 정부의 방침이 컸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전화번호와 집 주소도 수집했다. 그렇게 모은 이 중요한 정보를 어떻게 활용했는가? 뭔가 획기적인 서비스가 나왔나? 아니다. 그런 거 없이 그저 요구했다. 더 많은 정보가 있으면 더 좋은 서비스가 있을 것 같지만, 서비스의 목적과 맞지 않는 데이터는 그저 용량만 차지하는 낭비 요소다. 근데 그 데이터가 사용자의 핵심정보다. 각종 유출 사고에서 책임지는 기업이 있었던가? 그런 기업도 없다. 감당할 수 없고 필요없는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고 사고가 나면 책임지지 않는다. 이것이 대한민국 IT 기업의 기본적인 데이터수집 자세가 아닌가? 이젠 그런 자세가 사용자의 위치 정보로까지 옮겨오고 있는 것이다.


< N 드라이브의 정보요구 >


클라우드 서비스의 기본 속성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나의 데이터를 어디에서나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연결되지 않는 사람과 사람의 관점에서는 폐쇄적이지만 사용자 개인의 활용이라는 관점에서는 열린 서비스다. 그런데 그런 서비스에서 왜 사용자의 주소록과 통화기록 정보에 대한 접근이 필요한가? 사용자의 주소록이야 공유 신청의 편의성을 위해서 접근할 수 있다고 치자(문제는 공유 신청 시에만 한시적으로 접근하는 권한인 것인지 아니면 사용자의 요구에 상관없이 기업의 사용자 주소록 정보에 대한 상시접근인지가 관건일 것이다). 그런데 통화기록에 대한 접근권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통화기록과 클라우드와 무슨 관련이 있기에? 


서비스를 설계하게 되면 그에 맞는 정보 요구는 피할 수 없다. 그런데 그걸 뛰어넘어 서비스의 목적과 방향과 관계없이 일단 정보를 가지고 보자는 태도는 곤란하다. 지금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이런 게으름은 결국 책임지지 못 할 사태를 불러올 것이다.




* 사진은 서비스 화면 캡처입니다.


이 글은 아이에데이에 뉴스 스토리 / IT 칼럼에도 기고(링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