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양반 내경이 한적한 어촌에서 붓이나 만들면서 지내고 있다. 그의 자식 진형은 관직에 뜻이 있고 기개가 있으나 조부의 죄로 관직에 나갈 수 없는 원통함을 안고 살아간다. 처남 팽헌은 한편으로는 조카를 달래면서 한편으로는 매형을 도우며 살아간다. 다만 내경에게 재주가 있다면 관상을 기가 막히게 본다는 것. 이것을 들은 한양의 날리는 기생 연홍은 내경의 재주를 이용해 자신의 업소를 더 일으키려 한다. 어촌에서 피곤하게 지내며 자식의 괴로움을 보며 지내던 내경은 결국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연홍을 따라나서는 길이라 믿고 결국 한양으로 입성한다. 그의 재주는 순식간에 퍼져 유명세를 타지만 결국 미래를 본다는 사실로 호랑이 수양대군과 이리 김종서의 고래 싸움에 끼는 형국이 되는데...
사실 딱히 기대하지 않았다. 평도 평이지만 이미 역사로 있는 사실은 그 반전이 약할 수밖에 없다. 알고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하면서 이런 내 생각은 더 굳어졌다. 타인의 미래는 보지만 자신의 미래는 가늠하지 못하는 그런 어리숙하고 순진한 진짜 관상만 볼 줄 아는 관상쟁이가 바로 내경이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뻔히 보이는 연홍의 수에 걸려 노예계약(신분으로서의 노비가 아닌 고용주와 피고용주의 관점에서)까지 맺게 될까? 이 영화의 아쉬움은 거기서 출발한다. 2시간 20분에 달하는 긴 시간 동안 관상이라는 것으로 김종서의 편에서서 역모의 중심으로 파고드는 내경과 이를 방어하고 역공하는 수양대군 측과의 두뇌 싸움에 긴장감이 없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수양대군에게는 한명회라는 희대의 모사꾼이 있지만 이에 대응하는 내경에게서는 그에 맞서는 힘이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물론 반전의 장치를 마련하지만, 그 힘이 약한건 아무래도 앞서말한 내경의 캐릭터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런 관점은 팽헌에게도 느껴진다. 수양대군 쪽도 마찬가지다. 세력과 세력의 싸움에서 싸움의 균형을 이루는 요소 간의 경쟁이 있어야 볼만한데 수양대군의 비중과 한명회의 비중에 조금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다. 김종서와 수양대군, 내경과 한명회 간의 힘 겨루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균형이 없으니 좀 밋밋해진 감이 있다. 홍일점 연홍의 캐릭터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생각보다 크지 않았던 것도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꽝이냐면 그것도 아니다. 보는 내내 한국영화의 발전이 느껴졌다. 평소에 잘 보지 않아서 그런지 화면의 깔끔함, 의상의 멋스러움, CG의 완성도, 화면의 구성 다 맘에 들었다. 밋밋하다고는 해도 언제 끝나? 하는 지루함은 없었다. 이정재의 연기는 보는 내내 그리고 보고 나서도 이정재 아니면 누가 저렇게 고급스러우면서도 거친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송강호와 조정석 역시 그저 재주만 있는 관상쟁이와 그를 따르는 처남의 모습이 잘 보였다. 백윤식의 연기야 두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뭔가 관상을 소재로 좀 더 격렬한 캐릭터의 싸움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절로 드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 이미지는 다음 영화입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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