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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기업 전략

노트북으로 살펴본 경영의 근간 - 어떤 생각이 제품을 만드는가?

by cfono1 2014. 5. 26.

이번 노트북을 새로 사면서 느끼게 된 점을 정리하는 글이다. 물론 이는 기업 전략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어떤 물건을 만들 때는 어떤 생각으로 만든다. 이것은 경영의 기본이다. 그렇기에 이것이 없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경영을 주먹구구식으로 한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근데 재밌는 것은 분명히 거대 기업에 입사하는 사람들치고 이것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이런 실수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대졸자만 뽑는 게 아니라 최고위층 경영집단으로 갈수록 전문가라는 집단일 텐데도 그렇다. 그렇기에 이것은 지식의 문제라기보다는 인간 본연의 감정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도 싶다. 전략 또는 지식을 뒤덮고도 남을 감정적인 요소 같은 것 말이다. 


관련 글 - HP 엔비 14-K007TX(링크)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터치스크린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윈도 8시리즈는 터치라는 요소를 완벽히 품기 위해 UI를 싹 갈아엎었을 정도로 터치라는 것에 중점을 둔 제품이다. 시대적 흐름이 터치를 품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영역별 대응이 아닌 모든 제품의 터치화라는 기이한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이를 따르기 시작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생각 없이 행동하면서 제품이 가져야 할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그러니까 제품의 목적에 순수한 제품과는 멀어지는 제품이 탄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 구매한 HP 노트북을 예로 들어보자(다양한 사용환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터치로 완전히 통일하려던 MS의 만행은 뒤로하고).


노트북 특히 13인치, 14인치 노트북의 미덕은 가벼움이다. 울트라북이라는 카테고리가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가벼우면서 키보드와 마우스로 콘텐츠 소비는 물론이고 생산도 가능한 도구. 거기다가 기동성이라는 장점까지 갖춘 영역. 그것이 지금의 노트북이 살아남을 길이며 흐름이다. 그런데 HP 엔비 14-K007TX에는 터치를 위해서 전면을 유리로 덮었다. 당연히 원가 상승과 무게 상승에 이바지하는 요소다. 그뿐만이 아니다. 액정화면은 뒤덮은 유리는 형광등 같은 조명기구를 쉽게 반사한다. 즉, 기존 노트북들이 난반사를 줄이기 위해 안티 글래어 기능을 강조했던 것에 역행해 버린다. 사용에 장애가 되는 요소다. 지금도 HP 엔비 14-K007TX으로 도서관에서 글을 적고 있는데 전면 유리로 뒤덮은 액정 덕분에 형광등이 흰색으로 비춰 보이고 베젤 부분은 거울처럼 반사되어 보인다. 윈도 8.1이라는 요소 때문에 하드웨어 HP 엔비 14-K007TX는 터치 기능을 추가했는데 그 결과 나타난 것은 긍정적인 요소보다는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은 것이다. 차라리 터치 기능을 위한 전면 유리 등을 없애고 IPS 광시야각 패널을 썼다면 만족도는 훨씬 더 올라갔을 것이다. 어차피 입력과 조작이야 터치라는 수단 대신에 노트북 환경에 더 편리하고 익숙한 마우스와 키보드가 있으니까 말이다.


< 새롭게 나온 MS 서피스 3. 이런 제품이 터치를 위해 유리를 사용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


제품에는 제품 고유의 목적이 있다. 그리고 그 목적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품의 개선은 이뤄져야 한다. 만약 새로운 기능의 추가나 변화가 그 고유의 목적을 훼손하거나 약화한다면 그것은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이기기보다는 이것을 하지 않으면 왠지 안될 것 같은 불안감에서 하는 감정적 행동일 뿐이다. 물론 이러한 행동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신은 어떤 생각으로 제품을 만드는가? 그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이 당신의 머릿속에 그려지는가? 그리고 고객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 모습들은 제품을 기획하던 그때와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 또는 일치하고 있는가? 경쟁자가 한다고 해서 불안함에 이것저것 집어넣은 것은 없는가? 아니면 잘 모른다는 이유로 그냥 추가한 것은 없는가? 이런 물음에 제대로 답할 수 없다면 그 제품이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은 운일 것이다. 그리고 그 운은 진짜 제품이 나오면 없어지는 운이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입니다(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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