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이후의 카카오 - 카카오토픽, 이번에는 다를 수 있을까?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한 이후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어떤 결과물이 나와야 이런 방향으로 갈 수 있겠다라는 힌트를 보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힘을 합치기로 한 이후 카카오는 카카오토픽과 카카오픽이라는 두 개의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번 이야기는 카카오토픽에 대한 것이다.

관련 기사 - 카카오, '큐레이션 서비스' 카카오토픽 개시(링크)

                  카카오토픽, '네이버 뉴스'가 돼서는 안된다(링크)

                  신문업계, 카카오토픽 콘텐츠 계약 공동대응 추진(링크)

미디어 채널은 정보의 유통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화젯거리는 사람들 간에 서로 옮겨 다니며 이야깃거리가 되어 마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성격을 가졌는데 이런 성격은 SNS가 발전하기에 좋은 궁합이다. 그렇기에 페이스북도 트위터도 모두 미디어를 어떻게 유통할 것이냐는 측면을 고민하고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카카오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번 서비스에서 의문이 드는 점이 두 가지가 있다.

1. 미디어 유통 채널에서 큐레이션은 필수인가?

좋은 큐레이션이란 뭘까? 많이 보는 것일까? 하지만 소수의 목소리가 현명할 때도 있다. 현명한 답은 산술적, 기기적 공식으로 완벽히 표현되지 않는다. 다수결이 언제나 옳은 게 아니듯 말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선정하는 것은 어떤가? 사람이 개입되어 선정한다면 그 사람의 자질을 보게 된다. 어떤 전문성과 어떤 자질을 가졌는지 말이다. 예를 들어 4대강 사업도 전문가가 했지만, 지금의 이런 현실이다. 전문가라고 해서 그 전문성이 얼마나 신뢰성을 가지는지에 대한 판단 그리고 교체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말끔하게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나 의학, 과학 같은 분야가 아닌 정치 분야라면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가장 좋은 것은 좋은 환경을 만들고 그 환경 속에서 사용자가 직접 뽑아서 자신만의 큐레이션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게 하는 것이다. 피들리나 플립보드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공유하기 쉽게 한다면 무엇을 선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카카오토픽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 결과 콘텐츠 조합의 자유도는 제한되어 있으며 공급받을 콘텐츠는 여전히 아쉬운 상황이다. 이미 포털의 미디어 유통 능력을 느낀 신문업계를 비롯한 콘텐츠 업계가 모바일에서도 당하고 싶지 않은 위기감이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다음 블로그 + 티스토리 블로그와 다음 미디어의 콘텐츠를 카카오톡을 통해서 공유하되 그 형식을 피들리같은 구조로 갔다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2. PC의 배제가 가져오는 UX의 단절

카카오는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PC를 피해왔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카카오 스토리는 결국 PC 버전으로 들어왔다. 카카오톡도 마찬가지다. 사용자의 UX는 어느 한 곳에서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전문 작업이 아니라면 말이다. 전문 작업은 이동하면서 할 수 없으니 고정된 장소 즉, 비이동성이라는 속성을 가지게 되지만 그 외의 무엇을 본다 거나가 이야기한다거나 같은 작업은 비이동적인 성격과 이동적인 성격 모두를 포함하게 된다. 그럴수록 그 두 가지 환경을 모두 지원하여 끊기지 않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애플이 괜히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하면서 UX를 통합하려고 하고 윈도가 그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하나의 OS를 밀고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관련 글 - 카카오 PC 버전에서 보이는 전략의 변경 가능성에 대해(링크)

               본격적인 웹으로의 진입 - 카카오 스토리(링크)

그런데 이번에도 다시 의도적으로 PC는 없다고 선언하면서 모바일에만 치중된 전략을 보여준다. 굳이 끊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선 참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일부러 실패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굳이 그러기를 바랄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지금 흐름을 봤을 때 왜? 라는 의문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카카오의 서비스가 풍성해지지만, 고민과 철학이 부족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 이미지는 구글 플레이입니다.

* 이 글은 아이에데이 IT 관련 미디어에도 기고(링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