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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기업 전략

한국 재벌의 새로운 미래 - 선단식 경영을 넘어

by cfono1 2011. 2. 18.
한국의 재벌은 참 이중적인 존재다. 과거 우리는 참 힘든 시기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함을 찾기는 어려웠고 그나마 있는 자원을 한곳으로 모아 승부를 걸어야 했다. 그리고 기반이 마련되자 그들은 영역을 확장했다. 돈 되는 건 다 시작했다. 관련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역량도 중요하지 않았다. 기업으로 시작해서 정치권, 관료와 결탁하며 안 되는 것도 되게 했다. 서구 경영의 지주회사 시스템도 아닌 물고 물리는 순환출자 구조는 서구 경영의 시스템의 장점이 아닌 단점을 계승한 전형적인 사례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한국 제품의 수출을 위해 공격수단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재벌의 공과 사가 아니라 재벌이라는 시스템이 유효하냐는 것이다. IMF를 겪으면서 근본이 부실했던 재벌은 이미 해체되고 사라졌지만, 그 시스템은 여전히 살아 있다. 삼성만 하더라도 대표적인 재벌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출자 방식으로 누군가 이 고리를 하나만 건드려도 위험해지는 상당히 불안정한 구조(이미 SK가  당한 적 있으며 그에 대한 내용은 다음 블로그를 참고 - 링크). 


선단식 경영은 그래서 나온 말이다. 주력업체를 중심으로 확장을 거듭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게 된 형태를 비유한 것이다. 특정 분야에 주력하기보다는 돈 되는 것은 이리저리 다 뛰어들기 때문에 전문성이라는 측면을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가장 큰 고객은 그룹사이다 보니 경쟁력은 더 떨어진다. 진짜 경쟁을 못한 채 주는 먹이만 받아먹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로는 글로벌 시대에 국경이 사라지며 경쟁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재벌의 이러한 구조를 보다 개선할 새로운 구조는 없을까? 그런 의미에서 난 함대식 경영이란 걸 생각해 본다.



함대(미국의 함대 - 링크)는 간략하게 다음과 같은 구성으로 되어 있다.


항공모함(링크) - 전투기와 폭격기, 첩보전기, 헬기 등 다양한 공중 무기를 탑재한 함대의 핵심 전력으로 함대 제공권의 중심이다. 움직이는 공군 비행장이라 생각해도 될 듯.


순양함(
링크) - 단독으로 전술임무가 가능한 전투함으로 항공모함보다는 작고 구축함보다는 크다. 장거리 작전이 가능하며 이지스 시스템(링크)의 탑재로 함대의 하늘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구축함(
링크) - 
현대 해군에서 대잠, 대함, 방공 등 다양한 목적으로 쓰이며 이지스 시스템(링크)의 탑재로 함대의 하늘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상륙함(링크) - 헬기와 공기부양정 같은 이동 수단을 싣고 다니면서 병력의 상륙 등 각종 작전을 지원


공격원자력잠수함(
링크) - 
원자력 에너지에 의해 움직이는 잠수함으로 적 잠수함을 공격하는 능력에서부터 지상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능력 등 다양한 작전이 가능하다.


위에서 본 함대의 특징은 무엇일까? 바로 다양함이다. 선단은 그냥 모여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함대는 다르다.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개성을 지는 무기들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싸우는 것이다. 지난번 한미연합훈련에서 보여준 시스템은 그러한 면을 보여준다. 

< 문화일보의 이미지 자료. 
만약 모두 같은 종류의 함정이었다면 다양하고 입체적인 작전을 구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이것을 삼성 같은 재벌에 대입해보면 어떨까? 삼성의 구조는 크게 두 개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전자, 하나는 금융이다. 함대의 공식으로 풀어보자면 전자 함대와 금융 함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각자 독립 전력이 될 것이다. 전자 함대를 구성해본다면 항공모함의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를 기점으로, 구축함 또는 순양함의 역할을 삼성전기, 삼성코닝정밀소재, 삼성 SDI 등이 할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퍼져 있는 강점은 하나의 목적으로 싸울 때 흩어진 조직(전혀 관련이 없는 회사 간의 연합)보다 힘의 우위(의사결정 속도 및 조직 문화 등에서)를 가질 수 있다. 


다양함 말고 또 찾을 수 있는 함대식 경영 구조의 강점은 무엇일까? 바로 생존 가능성이다. 함대의 무기인 항공모함, 구축함, 핵잠수함 등은 각자의 역할에서 최고의 무기들이다. 그리고 각자의 전투력 또한 막강하다. 이러한 독자적 생존능력은 기존의 선단식 경영에서 그룹사에 기대어 매출을 올리는 기이한 구조에서는 볼 수 없는 부분이다. 강한 것들이 모여 더 강한 것이 되는 구조가 함대식 구조의 추구하는 방향이다.


한국 재벌의 기존 시스템으로 더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외부의 공격에 취약하고 경쟁력은 높지 않으며 전문 영역에 집중되지 않은 사업구조... 그렇다면 이제 그 대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기존의 구조에서 큰 틀의 변화를 추구하기보단 개념의 변화와 적절한 위치 변경을 통해 더 강력한 역량을 보유하고자 하는 함대식 구조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선단식이라는 단어에서 주는 부정적 의미를 극복하고 보다 경쟁력과 생존 가능성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어가 무엇인지 생각하다 찾게 된 개념입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생각해도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네요(특히나 무기의 정확한 정보 등에서). 이 부분은 너그럽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 함대라는 단어를 쓰게 된 것은 조직 내에서 공식적인 언어가 가지는 힘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구호나 비전을 적은 글, 단어가 조직원을 한곳으로 모으는 구심점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함대라는 단어가 가지는 강함, 군사적인 의미의 신속함, 공격적인 자세 같은 의미가 긍정적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번 글이 한국 재벌의 투명하지 못한 구조에 대한 옹호나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조직 구조의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자료의 출처(이미지 포함)는 다음 백과사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