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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기업 전략

나는 가수다로 보는 소비자의 위치와 혁신의 조건

by cfono1 2011. 5. 25.
요즘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화제성은 대단하다. 일요일 나가수가 끝나면 게시판은 나가수가 만드는 다양한 화젯거리로 넘쳐난다. 최근 댓글 중에는 이런 글도 있는데 청중 평가단의 존재와 수준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는 댓글이다. 이런 댓글은 이때부터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

임재범은 이때 빈 잔을 부르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사를 자아냈다. 그럼에도 그는 1위가 되지 못했는데 이때부터 임재범의 세계가 이미 청중 평가단의 영역을 넘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면서 청중평가단에 전문가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의견은 옳은 것일까? 기업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자. 

어떤 기업이 세상에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았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이 제품과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끝난다. 그렇다고 해서 제품과 서비스가 나쁘다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너무 앞서 갈 뿐이다. 자 이제 여기서 이 제품과 서비스가 너무나 대단하지만, 여러분(소비자)이 소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저희 전문가가 지도해 드리겠습니다. 이러면 소비자가 네, 배우겠습니다 하면서 따라올까? 

스마트폰을 처음 만든 회사는 애플이 아니다. 그 이전에도 같은 개념의 스마트폰은 꾸준히 나왔다. 지금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재밌는 게임을 할 수 있게 하는 자이로 센서 등의 동작인식에 대한 개념은 이미 삼성전자가 먼저 적용해서 제품을 만들었다(관련 링크). 최초는 아니지만 지금 소비자의 삶과 관련 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회사는 어디인가? 바로 애플이다. 최고를 위한 최고, 기술을 위한 기술이 되어서는 기업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소비자와의 소통이 필요한 것이다. 소비자를 이해하고 기술이 어떤 가능성을 보여줄 것인지 플랫폼에 대한 제시가 필요한 것이다. 소비자는 가르쳐야 할 대상이 아니다. 앞선 기술이 있고 이것을 소수의 매니아에서 끝낼 생각이 아니라면, 가능성을 보여준 전설로만 남을 생각이 아니라면 소통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을 이끌어도 늦지 않다. 

나가수로 되돌아가 보자. 청중평가단은 누구일까? 단순히 점수를 매기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곧 소비자다. 음원을 구매하고 콘서트를 갈 수 있는 가수에게 생명을 줄 수 있는 소비자다. 그런 소비자를 가르치겠다고 전문평가단을 두는 것은 과연 옳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나가수의 자문위원 단장의 생각(관련 기사 링크)이 더더욱 음악산업의 발전을 두고 있다면 말이다. 다양한 청중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과정에서 역량이 극한대로 올라갈 것이고 이것이 세계시장으로 나아가는 경쟁력의 뿌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들끼리 아는 것만 이야기해서는 산업과 문화의 발전을 이끌어낼 수 없다. 

공연의 수준이 너무 높다면 조금은 낮추어서 관객과의 공감대를 형성한 뒤 점차 끌어 올려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모두를 만족하게 하기 위한 실험 과정에서 관객도 가수도 공연 시스템도 동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혁신에 필요한 것은 다양한 생각을 바탕으로 한 실험이지 전문가의 일방적 가르침이 아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은 실패에 대한 관대함을 보여줘야 한다. 나가수에서 새로운 도전을 했다고 해서 왜 그랬어? 너 하던 거나 잘해, 웬 뻘짓? 이라는 식의 태도를 버리고 그들의 새로운 도전 정신에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줘야 한다. 이것은 기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소비자의 삶에 이바지를 하려 한다면 마땅히 그 자세에 대해 인정하고 칭찬하는 분위기를 보내줘야 한다(이 과정에서 불량품 또는 사후 서비스에 대한 책임 자세는 기본이다).

다음은 지나친 순위경쟁이다. 이것도 좋지만, 나에겐 이것이 최고인 것 같다와 내가 선택한 것만이 1등이며 다른 것은 모두 쓰레기다라는 식의 구분은 가수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며 새로운 도전을 막을 것이다. 이런 편협한 자세는 옳지 않다. 기업에서도 그렇다. 최근 삼성전자의 제품과 애플의 제품을 보면 그런 측면이 보인다. 분명히 삼성의 제품을 구매한 사람도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애플의 제품을 구매한 사람도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소비자가 굳이 검투장에서의 대결처럼 싸울 필요는 없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타인의 선택도 존중되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도전의 싹이 틀 수 있다. 


벼만 재배하다 벼가 사라지면 무엇을 먹을까? 보리도 있고 밀도 있고 골고루 있어야 더 풍요롭지 않을까? 나가수가 가요 산업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듯 한국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에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길 기대한다.



* 이미지는 동영상 캡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