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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 전자 / 모바일

슬레이트는 왜 망했는가?

by cfono1 2012. 8. 13.

삼성이 야심 차게 내놓았던 슬레이트 PC. 망했다. 그것도 확실하고 이론의 여지 없이 망했다.


관련 기사 - 삼성의 슬레이트PC '감쪽같이' 사라졌다(링크)


< 이때가 작년 2011년 11월이다. 이때만 해도 참 희망에 부풀었다 >


삼성은 여러 가지 논의할 부분이 있으나 우선 인정해야 할 것은 대 언론 능력이다. 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홍보 능력은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다. 광고를 한 번 하더라도 이런 자본을 들여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는 기업은 흔하지 않다.


< 돈 많이 들인 티가 난다 >


망한 건 알고 있다. 그럼 이제 알아야 할 것은 원인이다. 뭐가 문제일까? 


전자기기의 도구는 크게 두 가지로 쓰임새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콘텐츠의 생산인가? 소비인가? 이 두 가지다.


< IT 디바이스 하이브리드 시대 - 랩독 이상의 독 시스템(링크) >


슬레이트는 여기서 자신의 위치를 어디로 삼았을까? 모든 영역이다. 광고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태블릿처럼 편리하게 콘텐츠를 소비하면서도 강력한 성능으로 콘텐츠 생산의 강점도 말한다. 이런 이유로 가격도 획기적이다. 근데 생각해보자. 콘텐츠 소비에는 아이패드가 있다. 콘텐츠 생산에는 맥북 에어가 있다. 여기서 콘텐츠 생산이라는 측면에서 맥북 에어와 경쟁하는 것은 콘텐츠 생산을 위해서는 키보드가 필요하고 슬레이트+키보드의 조합과 견줄만한 성능과 이동성이라면 맥북 에어밖에 없기 때문이다(이때는 울트라북이 자리를 잡기 전이다). 게다가 슬레이트는 LCD의 성능 저하를 막기 위해 CPU 발열을 줄이고자 강제적으로 성능을 저하해 자신의 포지션을 더 엉뚱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슬레이트는 독자적인 콘텐츠 채널도 없었다. 애플은 콘텐츠 소비 채널로 앱스토어와 아이튠스가 있지만, 삼성은 없다. 새로운 영역이라고 주장하지만, 쓰임새라는 부분에서 삼성은 소비자에게 비전과 실질적 채널을 공급하는 것을 거부하고 그럴싸한 홍보만 했고 결국 쓰임새를 찾아내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 되었다. 결국, 모든 영역을 잡으려다 모든 영역을 놓친 것이다.


이렇듯 기기의 목적은 매우 중요하다. 콘텐츠 생산인지 소비인지, 특정 서비스를 위한 단독 기기인지 아니면 기존 서비스의 성능 향상 또는 확장을 위한 추가 기기인지 이런 개념들과 목적에 대해 고민 및 앞으로 서비스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제품을 만들고도 소비자와 사용자에게 우리의 물건은 이런 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웃기는 상황이 연출된다. 생각해보라. 소비자와 사용자가 판매자와 생산자에게 '이거 어디에 어떻게 쓰는 건가요?' 라고 물어보는데 '정말 좋은 겁니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상황을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품과 서비스는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 남들이 만들어서 파니까 또는 막연히 이거 다 결합하면 좋을 것 같아서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융합의 시대에 1+1은 2라는 평범한 답을 넘어 3, 4, 5를 말할 수 있는 생각이 필요하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을 활용했습니다(사진 1).


* 동영상은 유튜브를 활용했습니다.


이 글은 아이에데이에 뉴스 스토리 / IT 칼럼에도 기고(링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