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에서 기술의 최고봉은 어디일까? 단연 F 1이다. 최고의 속도와 효율성을 위해 최고의 기술이 아낌없이 들어간다. 더 강하고 더 가벼운 소재, 같은 환경에서 더 높은 성능을 뽑아내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한다. F 1이 성능 중심이라면 르망 24시 내구레이스는 내구성의 극한을 경주한다. 24시간 동안 3명의 레이서가 릴레이로 운전하며 누가 같은 시간에 더 많이 경기장을 돌았나로 결정낸다. 적정 속도에서 테스트하는 것이 아닌 세계 최고의 회사들이 경주하는 곳에서 최고 속도로 24시간을 버텨야 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이런 극한의 환경에서 완성된 기술들은 양산 차로 옮겨오면서 대중적으로 된다. 아우디의 TDI 디젤 엔진의 완성도는 르망 24시 내구레이스에서 다듬어진 기술이다.
* 또한, 기술의 흐름을 볼 수 있는데 이번 르망 24시에서 아우디는 디젤 하이브리드 차량을 투입했다. 이는 아우디의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관련 기사 - 아우디, 2013 르망 24시 우승(링크)
< 페라리의 속도에 대한 갈망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 >
그렇다면 더 크고 더 광범위한 영역에서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준 곳은 어디일까? 바로 군수산업이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다. 그 승리를 위해서 돈을 지급할 가치가 있다면 액수는 쉽게 잊힌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기술 그 하나의 목표만이 중심인 곳이기에 최고의 인력과 자원이 모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20130718 - 미래 기술의 산실, 방위산업.pdf
< 배트맨의 든든한 조력자 루시우스 폭스. 응용과학부서의 전문가로 무기를 담당한다.
한번은 브루스 웨인에게 케블라 장갑으로 만든 배트맨 슈트를 만들어주는데
원래는 군용으로 개발되었다는 말을 해주자 브루스는 왜 보급되지 않았냐고 되묻는다.
이에 폭스는 병사의 생명에 수십만 달러를 지급할 국가는 없다고 한다 >
이 보고서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했는데 보고서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그 성공사례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가장 중요한 질문인 어디에 쓸 것인가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는 것이다. 대중의 수준을 앞서간 이 기술들을 대중의 영역으로 끌고 올 때 어떻게 끌고 오냐가 핵심인 것이다.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서 봐야 할 것이다.
1. 플랫폼의 기반이 되는 기술인가? 아닌가?
애플의 음성인식 시리를 생각해보자. 이 시리의 시작은 보고서에서도 등장하지만, 미 국방성 DARPA 의 인공지능 프로젝트였다. 시리가 다른 기술 예를 들면 전자레인지와 같은 기술과 차이가 나는 것은 바로 플랫폼의 근간이 되는 핵심에 있다. 전자레인지는 제품 하나로 끝나지만 시리는 음성 인식이라는 영역에 있기 때문에 자동차 제어, 홈 네트워크 제어 등 인간의 말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활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단독 제품으로는 어려우며 더 멀리 보고 다양한 환경에 대한 응용을 생각해야 시리 같은 기술은 생존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플랫폼의 영역이 아니라면 소비자의 요구 사항과 맞는 제품을 빨리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 답일 것이다.
2. 시대의 흐름을 좇아가고 있는가? 목표로 하는 소비자의 성향과 쓰임새를 얼마나 이해했는가?
시대의 흐름은 모바일이다. 인텔의 CPU만 하더라도 이제 방향이 고성능보다는 저전력으로 모바일 환경에서 기기의 작동 시간을 늘리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고성능에 초점을 둔 군용 기술이 민간 영역으로 올 때 이런 저전력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무시한다고 생각해보자. 당연히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게 될 것이다. 지금의 AP나 CPU로 소화 못할 콘텐츠는 그다지 많지 않다(물론 전체 시장의 관점에서 그렇다. 영역별로 본다면 언제나 고성능 시장은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더 높은 AP와 CPU를 얻는 대가로 추가 배터리를 들고 다니거나 짧은 사용시간을 선택할 소비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좋은 기술이어도 기술의 특성이 가지는 위치와 쓰임새가 있고 사회 변화에 따라 기술이 쓰일 때가 다르다. 그렇기에 이 특성과 때를 무시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도 시대를 앞서 갔다는 평가 이상을 듣기가 어렵다. 방위 기술의 잠재력을 대중 시장에서 극대화하고자 한다면 이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아이에데이 IT 관련 미디어에도 기고(링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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