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팬택, 미래는 없는가?

애플에 잡스가 있었다면 팬택에는 박병엽 부회장이 있다. 능력이 같다는게 아니다. 어느 조직에건 조직을 상징하는 인물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자신이 일궈온 조직을 떠나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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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깔끔한 피처폰의 대명사, 스카이 > 

무엇이 문제였을까? 한때는 휴대폰 3강 구도의 주인공 아니었던가? 시작은 스카이의 소멸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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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브랜드 자원의 분열

혁신이 뭘까? 없던 새로운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사용자가 새로운 가치라고 느낄만한 것이라면 그것 또한 혁신일 것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물량의 힘을 보여주지는 못해도 피처폰 시절의 스카이는 나름의 성격이 명확한 알찬 회사였다. 그런데 스마트폰 시대가 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여기서 팬택은 고민한다. 스카이를 끌고 가야 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것을 말해야 하는지. 여기서 앞서 말한 혁신의 갈등이 시작된다. 상황에 따라 많은 선택이 있겠지만 적어도 그 당시의 팬택이라면 난 후자의 선택을 했어야 한다고 본다. 없다가 있는 혁신이 아니라 사용자가 받아들이는 혁신 말이다. 더욱이 규모의 경제를 밀어붙일 수 없는 한계를 인식했다면 더더욱 그래야 했다. 하지만 결국 팬택은  피처폰과 스마트폰이 같이 있던 SKY를 피처폰 SKY, 스마트폰 베가의 공식으로 만든다. SKY이라는 브랜드 아래 피처폰과 스마트폰이 공존했다고 소비자가 외면했을까? 가정이라 알 수는 없지만 팬택의 마케팅 자원에 분열을 가져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2. 기업 위치 선정의 실패

전쟁을 한다. 만약 상대방이 막강한 궁수 부대가 있다면 상대방 전략의 핵심은 활이라는 장거리 무기의 강화이고 그것을 중심으로 전략을 짤 것이다. 근데 여기에 똑같이 궁수로 대응한다면 어떤 상황이 나올까? 뻔하지 않은가? 전략의 비교 우위에서 밀리는 것을 피하고 상대방의 약점을 극대화하는 것은 정말 기본이다. 이는 전쟁에서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 전략에서도 마찬가지다. 팬택의 경쟁 상대를 생각해보자. 국제적인 인지도가 뛰어난 기업은 아니니 일단 자신의 본거지인 한국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져야 한다. 그런데 그 경쟁자가 물량과 마케팅에 있어 막강한 힘을 가진 삼성전자와 삼성전자만큼은 아니어도 팬택보다는 월등한 자원의 LG전자다. 그렇다면 이를 회피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야 하지 않았을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활이라면 팬택은 활이 무력화되는 위치를 찾거나 아니면 활을 막을 수 있는 방패를 들고 싸워야 했다. 

3. 위치 선정 실패에 따른 대응 전략의 실패

그럼 팬택에게 그런 활을 무력화할 있는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난 스마트폰의 플랫폼화라 생각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자사의 규모를 믿고 있다. 그렇기에 쉽게 연합 세력을 만들려 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사업부가 그것을 대체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만약 팬택이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같은 외부 기기 연결 통로를 다양한 스마트폰 앱세사리(하드웨어 액세서리지만 앱의 서비스가 같이 되는) 업체들과 공유하며 독특한 쓰임새가 보장되는 다양성으로 움직였다면 어땠을까? 마치 애플을 중심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제작 업체가 앱스토어로 들어와 애플의 다양성을 보장하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 LG전자와는 또 다른 영역을 확보하며 이렇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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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악순환의 시작

이제 팬택은 자사의 한계를 바탕으로 한 적절한 전략의 수립에 실패한 체 경쟁업체가 잘하는 영역에서 싸움을 시작했다. 경쟁자에게 끌려가니 될 것도 안되고 안 될 것은 더 안되었다. 지문인식이나 후면 터치 같은 새로운 개념을 내놓아도 이를 적절히 살리지를 못하니 될 것도 안된다. 경쟁자가 대화면으로 이슈를 장악하니 그것에 맞추어 제품을 내놓아도 이미 물량과 마케팅에서 밀리니 안될 것은 더 안되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제품의 파편화는 갈수록 감당하기 어렵다. 애플의 경우 지금 나온 iOS 7이 감당해야 할 스마트폰은 아이폰 4, 아이폰 4S, 아이폰 5다. 탑재되어 나오는 아이폰 5S와 5C를 제외하고 말이다. OS가 업그레이드되면 그것을 바꿔줘야 할 하드웨어가 그다지 많지 않은 상황. 그렇다면 팬택은 어땠는가? 안 그래도 애플보다 주기가 빠른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감당할 수준을 이미 넘어서지 않았나? 그렇기에 사후지원 또한 어렵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습이 어려운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출고가가 높다 보니 하락폭도 크다. 90만 원짜리가 30만 원이 되는 것과 40만 원짜리가 30만 원이 되는 것은 차이가 매우 크다. 전자가 땡처리라면 후자는 할인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제품 라인업을 좀 더 세밀히 하여 중저가 라인으로 위치를 잡고 출고가 자체를 낮게 잡았다면 같은 가격으로 팔아도 큰 하락 폭으로 인해 생기는 부정적 이미지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시대를 풍미한 스카이 레인폰, 돌핀폰, 네온사인폰 >

지금의 팬택에는 경쟁업체 강점인 곳에서 벗어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집중이 필요하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피처폰 시절과는 다른 경쟁의 방식을 요구되는 지금의 요구이며 팬택이 가진 기업의 한계이기도 하다. 이를 인정하고 새롭게 시작하지 않는다면 팬택에 미래는 정말 없을 것이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입니다(사진 1, 사진 2, 사진 3, 사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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