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가 드디어 분사를 결정했다. 드디어라는 말이 섭섭하게 느껴지지만 어쩌면 다가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을 것이다.
관련 기사 - '원조 SNS' 싸이월드 SK서 떨어져 나가나(링크)
SNS의 원조라고 불렸고 가능성 높게 평가받았던 싸이월드의 이런 후퇴는 아쉽기만 하다. 스킨과 도토리에 열중하다 너무 늦은 때에 변화를 시도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더 아쉬운 것은 그 시도마저도 제대로 되지 못했다. 기업이 수익모델에 고민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나 이것에만 몰두하는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다. 내가 아쉽게 보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1. 미니홈피의 변신
관련 글 - 싸이월드 미니 홈피의 변신은 적절한가?(링크)
미니홈피가 변신했다. 그 변신은 나쁘지 않았다. 깔끔하고 유연한 동작은 마치 잘 작동하는 윈도 8 메트로 UI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전 미니홈피의 완전한 기능은 물려받지 못했다. 오직 다이어리와 사진첩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미니홈피의 모든 것을 물려받지도 못했으면서 미니홈피의 이름을 쓰고 네이트에 접속할 때마다 자꾸 새로운 미니홈피로 이동하라는 팝업과 안내를 보면서 내가 왜 옮겨야 해? 라는 물음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가계부 기능도 아예 빠졌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아예 새로운 이름으로 브랜드를 출시하는 게 옳지 않았을까? 미니홈피의 미니라는 가치를 이어받지도 기능을 100% 이어받지도 못하는 미니홈피, 이런 미니홈피로 사용자가 옮겨가기를 바라며 각종 팝업을 통해 알리는 네이트ㆍ싸이월드의 모습에서 떠나기 싫은데 쫓겨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난 이것이 아쉽다. 시대가 동영상과 사진 등 시각적 정보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정보 표시화면의 면적 증가는 피할 수가 없고 그것에 따랐으면 그 이전의 기능 또한 모두 흡수해서 더 좋은 가치를 보여줘야 했다. 하다못해 가계부에 이미지를 첨부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그것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여줘도 좋은 것 아닌가?
2. 미디어 기능의 강화
관련 글 - 정보의 새로운 유통 채널 - 네이트 뉴스&톡(링크)
지금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과거 대중 매체가 정보를 생산하는 주인공이었다면 지금은 대중 매체를 넘어 개인이 블로그와 SNS를 통해 막대한 양의 정보를 생산한다. 오히려 실시간 현장에서 대응이라는 측면을 본다면 대중 매체보다 더 빠른 속도와 다양한 주제의 폭을 가진다. 이런 환경에서 주제에 맞게 각종 정보를 잘 정리하고 효율적으로 표시하며 보완하는 큐레이션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큐레이션은 단순한 정보의 모음이 아니라 그 정보들 사이에서 모였을 때만 나타나는 문맥적 흐름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그저 스크랩에 불과할 것이다).
네이트 뉴스&톡은 그런 점에서 가능성을 가지고 시작한 서비스였다. 꼭 전문가가 아니어도 좋다. 사용자가 자신이 네이트라는 포털을 통해서 공급된 미디어나 블로그 같은 정보를 자신의 성향에 맞게 효율적인 큐레이션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새로운 미니홈피에 구현했으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새로운 미니홈피는 플립보드나 피들리 같은 역할을 수행하며 미니홈피의 가능성을 더 넓혔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포털의 기능을 수행하던 네이트와 SNS의 역할을 수행하던 싸이월드. 이 두 가지의 시너지는 이렇게 구현되지 못하고 이제 서로 찢어져 갈 길을 가고 있다.
< 미디어 유통의 강자 - 플립보드 >
네이트ㆍ싸이월드는 전략적 자산이 좋았다. 네이트라는 미디어 포털, 싸이월드라는 SNS, 네이트온이라는 메신저 모두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독자적인 경쟁력을 강화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각 자산간 융합을 통한 새로운 가능성도 보여주지 못했다. 늦을수록 과감한 변화가 필요한 이때에 조급함에 눈이 멀어 혁신 대신 사용자를 소몰이하듯 서비스 이동만 부추긴다면 그때는 정말 무언가를 시도할 기회조차도 사라질 것이다.
* 이미지는 서비스 화면 캡처와 구글 검색입니다(사진 2)
* 이 글은 아이에데이 IT 관련 미디어에도 기고(링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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