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배가 있다. 단단하고 완고하게 지었으며 어떤 풍파도 거침없이 이겨낸다. 크기도 엄청나게 크다. 이 배에 타고 있으면 어디든 안전하게 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던 배에서 끝이 보이는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만약 3년 뒤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올 것이라고 예고된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게 현재 진행형으로 시시각각 관측되고 있다면?
그렇다. 삼성전자가 바로 그런 배다. 전례 없이 강력했던 이 배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예고된 미래를 마주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2014 MWC에서는 그런 예고된 미래를 극복하고자 하는 삼성전자의 노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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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단 왼쪽 - 기어2 네오, 상단 오른쪽 - 기어2, 하단 - 기어 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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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서는 자세한 스펙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그런 글은 다른 전문 블로거들이 많이 다뤄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삼성전자는 자신의 한계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준비한 것이 타이젠이었다. OS가 있어야 하드웨어의 기술적 특징을 완벽하게 조화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아무리 새로운 하드웨어 컨셉을 개발하고 그에 맞는 부품을 넣어 스마트폰을 만든다고 해도 그것을 제대로 살려낼 OS가 없다면 그건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상황에선 구글이 삼성전자의 부품을 어디까지 허락하고 지원하느냐에 따라 나아갈 수 있는 한계가 정의되는 것이다. 그 고민의 답이 삼성전자 타이젠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서의 타이젠은 너무나 약했고 대중시장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기존의 양대 산맥이 너무나 강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향을 틀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장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타이젠을 이렇게 끝낼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웨어러블로 진출했다. 이 판단은 지금의 삼성전자로서는 정확한 판단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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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의 3대 영역이다. 삼성전자의 웨어러블은 과연 어디로 지향하는가? 알 수가 없다. 지금 삼성전자가 내놔야 할 제품은 웨어러블인 것이 맞지만, 그냥 웨어러블이 아니라 어떻게 쓰일지 철학과 고민을 담은 제품이다. 기기적으로 가능하다의 가능성이 담긴 제품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플랫폼으로 만들고 참여업체들에 정책적인 지원을 할 것인지의 방향도 담겨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알림과 결제다. 웨어러블 기기에서 알림이 뜨면 이것을 바탕으로 간편하게 결제가 되어야 사용자는 웨어러블 기기의 진정한 편리함과 가치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는 결제 시스템은 어떻게 할 것이고 페이팔이나 신용카드 회사의 참여는 어떻게 할 것이며 쿠폰 적립에 대한 방식은 어떤 것으로 하고 위치 정보에 따른 고객의 정보 보안은 어떻게 할 것이며 각 매장에는 NFC를 기반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애플 아이비컨(관련 기사 - 링크)의 형식을 따를 것인지등 배후의 엄청난 고민과 관련 업체 설득이 있다. 이것을 해내야 플랫폼 업체가 되는데 삼성전자는 과연 이런 것이 있느냐다.
없다. 그래서 문제다.
하드웨어 하나 만들고 자꾸 혁신이라고 주장하는데 그건 기술적 혁신이지 사용자 UX의 혁신이 아니다. 진정한 대중 사용자를 움직이는 UX 혁신은 하드웨어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 운영체제, 콘텐츠 유통채널이 모두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완벽한 서비스로 등장한다.
이번 삼성전자는 기어의 경우 시계 끈을 교체 가능한 표준을 따라 다양한 만족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노력은 인정하지만, 이것은 삼성전자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 중 극히 작은 문제다. 항상 그렇게 경쟁하고 있다는 애플과 진정 동등한 수준의 경쟁을 하려면 이것이 아니라 앞서 말한 플랫폼 단위의 고민을 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그것이 없다. 그래서 문제다.
* 이 글은 아이에데이 IT 관련 미디어에도 기고(링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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