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시즌 2 - 삼성전자 타이젠의 미래

OS의 중요함은 누누이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OS는 기기를 움직이는 정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영역에서만 움직이던 기기들이 하나로 통합되는 이 시점에 OS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하나의 OS로 유기적 연결이 되는 기기들은 그렇지 않은 기기들에 비해 안정성과 호환성에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합 가전 회사인 삼성전자는 그 중요성에 일찍 눈을 떴고 나름의 시도를 해왔다. 기기 이외에도 OS를 자사의 영향력 아래에 둠으로써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기기들의 통합을 이뤄내고 더 독자적인 시도를 하길 원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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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의도에서 시작했던 바다는 이제 존재감이 없다. 세상은 안드로이드와 iOS를 기억한다. 그리고 우분투와 모질라보다도 더 존재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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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런 결과는 삼성전자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피아식별이 확실한 경쟁을 해왔다. 내 편이 아니면 모두가 적이고 경쟁 관계다. 수직 통합은 신속한 전략에 최대 강점이다. 그 결과 삼성전자의 핵심 부품은 삼성전자 관련사에서 공급한다. 그러나 이런 전투방식이 지금에서도 적합한것이냐하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지 않다. 과거라면 협력사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부품 공급이 아닌 이상 삼성전자, LG전자 모두와 관계를 가질 수 있다. 바로 OS가 안드로이드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맞추면 구글 플레이를 통해 어떤 제조 기업과도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기본 바탕이 제공된다. 자사의 통제력 아래에서 자사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통합하는 전투에 익숙한 삼성전자에 이런 전투 환경은 너무나 낯설다. 그리고 이는 생태계와 플랫폼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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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바다를 육성하기 위해 제대로 된 플랫폼 제공 기업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OS와 기기들의 흐름과 전망에 대해 생태계 참여자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비전을 제시하며 공급될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유도하지 못했다. 그 결과 생태계 조성은 안 되고 쓸 것 없고 볼 것 없는 기기에 소비자가 외면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럼 타이젠은 다를까?

 

 

 

 

1. 기기의 최소 생산량 및 유통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

일단 기기가 풀려야 한다. 그래야 사용자가 있고 그 사용자를 믿고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제작자가 가치 있는 결과물을 공급한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그런 전망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줄까? 1년도 안돼서 이것도 아니네 하면서 단종시키는 태도라면 매우 곤란하다. 바다처럼 말이다. 

 

2.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유통 채널에 대한 수익 배분

삼성전자의 협력업체에 대한 쥐어짜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삼성전자의 협력업체로 성공한 기업이 있던가? 대한민국의 협력업체 현실이 어렵지만, 삼성전자와의 관계는 더 유명하다. 이제는 환경이 바뀌었다. 하드웨어 협력업체라면 몰라도 콘텐츠 및 소프트웨어 협력업체는 삼성전자만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LG전자, 팬텍은 물론이고 애플, HTC는 물론 중국의 화웨이까지 동시에 협력할 수 있다. 과거 삼성전자 아니면 죽어야 하는 극단적 갑을 관계가 아니라 가치라는 측면에서는 상호 보완제까지 볼 수 있는 수평적 관계로 보고 이들에 대한 유통 채널과 수익 배분에 대한 구조를 설계해야 하는데 과연 삼성전자에 그런 걸 기대할 수 있을까? 

삼성은 과거 바다 OS를 밀던 때와 얼마나 달라졌을까? 내가 보기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만약 앞으로 이 두 가지가 해결된다면 삼성전자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전략은 무엇일까? 바로 스마트 TV 영역에 대한 도전이다. 물론 의아해 할 수도 있다. 다들 스마트폰에 집중하는데 왜 스마트 TV일까 하고 말이다. 

안드로이드 삼성 스마트폰이 아닌 타이젠 스마트폰을 생각해보자. 그것이 과연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iOS 스마트폰에 의미 있는 타격을 줄까? 아니다. 이 신생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은 그저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보다 못한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만들었으니 내려갈 수 있는 최저 가격이 있을 것이고 그 가격은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쓸고 볼만한 것이 많을까? iOS는 물론이고 안드로이드에도 턱없이 부족한 쓸거리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개성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타이젠 스마트폰과 페이스북 스마트폰 둘 중 어떤 것이 더 개성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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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제너럴리스트도 개성을 통한 스페셜 리스트도 저가 시장의 물량 공세를 통한 대규모 시장 장악도 될 수 없는 어중간한 제품이 발붙일 영역이 현재의 스마트폰 시장에는 없다. 그렇다면 나름의 개성과 쓰임새를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이 삼성전자의 강점이다. 대세는 기기의 스마트화이며 이는 TV라고 다르지 않다. 이는 TV에도 OS가 필요하다는 것이며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스마트 TV 시장에 삼성전자의 강점을 활용하여 타이젠을 밀어붙인다면 삼성전자는 타이젠의 안정적인 영역 확보와 스마트 TV 영역에서 탈 안드로이드를 실현할 수 있다. 기존 메이저 TV 콘텐츠 공급자와의 제휴를 통해 시간을 벌면서 차곡차곡 TV 전용 타이젠 콘텐츠를 준비한다면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의 콘텐츠 우위도 완전히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무력화할 수 있다. TV 전용 콘텐츠가 자리잡히지 않은 것은 구글이나 애플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후에 스마트 TV와 연계성을 강화한 스마트폰이라는 차별화로 타이젠 스마트폰을 포지셔닝 한다면 기존의 바다폰처럼 무기력한 존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조급해지면 시야가 좁아지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그 결과 경쟁자의 강점을 무력화시키고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기보다는 경쟁자의 강점을 자신의 단점으로 극복하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만든다. 이미 삼성전자는 한 번의 실패를 겪었고 원인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삼성전자의 입장과 기업 역사와 같든 다르든 말이다. 그러나 미래는 다르다. 충분히 바뀔 수 있다. 물론 실패를 하던 과거와는 다른 선택을 했을 때겠지만.

 

 

 

* 이미지는 구글 검색을 활용했습니다(사진 1, 사진 2, 사진 3).

 

* 이 글은 아이에데이에 뉴스 스토리 / IT 칼럼에도 기고(링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