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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지만 위협적인 움직임 - 구글 I/O 2014

by cfono1 2014. 7. 1.

구글의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번 구글 I/O 2014에서 보여준 구글의 모습은 기존에 없던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그런 형태의 것은 없었다. 하지만 더욱 친절해졌고 또 한편으로는 더욱 완벽해졌다. 그리고 이는 한국 기업에 너무나 극명한 장단점을 안겨다 주었다. 


이미 애플의 움직임은 시작되었다. 양분되었던 두 개의 OS 세계를 통합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말들이 이전에도 있었고 그걸 현실로 옮겨오기 위해 애플은 스위프트라는 개발 언어를 들고 나왔다.


관련 글 - 모든 산업에 대한 흡수의 시작 - 애플 스위프트(링크

               2014 애플 WWDC에서 보여준 미래의 애플 - UX의 통합(링크)

              

이런 움직임에 놀고 있을 구글이 아니다. 애플과는 상황이 좀 틀리지만, 안드로이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각 플랫폼을 준비해왔고 이번에 그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킷캣 이후 버전인 안드로이드 L을 비롯해 스마트 TV를 위한 안드로이드 TV, 애플의 카플레이를 대적할 안드로이드 오토, 웨어러블을 위한 안드로이드 웨어, 저가 시장 공략을 위한 안드로이드 원 등 가히 전방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게다가 구글핏도 선보여 앞으로 있을 헬스케어 시장에 구글이 그냥 넘어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렇게 구글은 애플이 분리된 두 개의 OS 영역을 통합하면서 대응하는 것에 맞추어 안드로이드 중심의 단일 OS 중심으로 각 영역에 특화된 전략으로 맞선 모습을 보여줬다.



관련 글 - 욕심 많은 구글의 또 다른 OS - 크롬 64 비트(링크)


관련 기사 - 구글, "TV,자동차 등 안드로이드 플랫폼 대거 공개..애플 압박 나서"(링크)

                  [구글 I/O] 헬스케어 플랫폼 '구글핏' 공개..애플 '헬스킷'에 대적(링크)


하나의 OS로 각각의 영역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각 영역에서 만족도 높은 UX를 제공하려는 의지이다. 구글 자체로만 보면 참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한국의 IT 제조업체 즉, 하드웨어적인 측면과 만나면 썩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다. 


플랫폼 기업에게 운영체제는 단순한 기기 돌리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자사가 추구하고자 하는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내적인 힘이자 다양한 콘텐츠가 움직일 논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삼성전자는 그렇게 지지부진하지만, 바다에 이어 타이젠을 포기 못 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 글 - 2014 MWC 삼성전자의 타이젠과 웨어러블 그리고 플랫폼(링크) 
              타이젠 보다 더 가까운 삼성전자의 미래 - 녹스(링크)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곳은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분야다. 그곳에서만큼은 모두가 비슷한 시작을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태블릿을 지금 따라가기에는 애플과 구글의 간격을 좁히기 너무 힘들다. MS마저 고군분투하는 걸 보면 짐작이 될 거다. 그런데 이런 공간마저 구글이 메꿔가고 있는 거다. 웨어러블과 자동차, 저가 스마트폰 시장, 스마트TV 등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곳들을 더 촘촘하게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는 한국 IT 업체들이 그나마 운영체제를 구하고 유통채널을 구축한다 하더라도 새롭게 도전할 만한 시장 자체가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 

관련 글 - 영리한 구글의 또 다른 시도 - 안드로이드 웨어(링크)
              크롬캐스트 - 트로이 목마에서 방향을 바꾼 하드웨어 무력화 전략(링크)
              크롬캐스트의 한국 상륙 - 스마트TV의 미래는?(링크)
 
그 결과 한국 IT 업체는 온전히 하드웨어만 남게 된다. 그런데 그 하드웨어도 녹록한 것이 아니다. 중국업체의 도약이 눈부시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디자인대로 카피 당하고 막강한 내수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밀고 들어오는데 당할 방법이 없다. 이런 걸 막기 위해서라도 복사되지 않는 경쟁력인 플랫폼이 필요한데 그 플랫폼의 핵심영역은 구축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고 한국의 IT 기업 브랜드와 하드웨어 경쟁력이 독일 자동차 기업 수준도 아니지 않은가? 이젠 정말 막다른 길이다. 


애플은 제품의 포지션이 달라서 그나마 큰 걱정거리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구글은 다르다. 전 영역에 대한 장악을 목적으로 하면서도 하드웨어 대한 경쟁은 협력사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하드웨어 제조업체가 서로 미친 듯이 경쟁하고 그 경쟁의 과정에서 나오는 시장의 확대, 그리고 구글 서비스의 확장에 따른 결과물은 고스란히 구글의 것이 된다. HTC가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려 사라진다고 해도 구글이 아쉬울 것이 뭐가 있겠는가? 어차피 그 자리를 대체할 하드웨어 기업은 많은데. 그렇기에 이번 구글 I/O 2014는 사용자로서는 한결 편해지고 강력해진 UX를 기대할 수 있지만, 한국 IT 기업의 미래를 생각해본다면 더 어두워진 미래를 보여준 자리였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입니다(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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