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번 구글 I/O 2014에서 보여준 구글의 모습은 기존에 없던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그런 형태의 것은 없었다. 하지만 더욱 친절해졌고 또 한편으로는 더욱 완벽해졌다. 그리고 이는 한국 기업에 너무나 극명한 장단점을 안겨다 주었다.
이미 애플의 움직임은 시작되었다. 양분되었던 두 개의 OS 세계를 통합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말들이 이전에도 있었고 그걸 현실로 옮겨오기 위해 애플은 스위프트라는 개발 언어를 들고 나왔다.
관련 글 - 모든 산업에 대한 흡수의 시작 - 애플 스위프트(링크)
2014 애플 WWDC에서 보여준 미래의 애플 - UX의 통합(링크)
이런 움직임에 놀고 있을 구글이 아니다. 애플과는 상황이 좀 틀리지만, 안드로이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각 플랫폼을 준비해왔고 이번에 그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킷캣 이후 버전인 안드로이드 L을 비롯해 스마트 TV를 위한 안드로이드 TV, 애플의 카플레이를 대적할 안드로이드 오토, 웨어러블을 위한 안드로이드 웨어, 저가 시장 공략을 위한 안드로이드 원 등 가히 전방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게다가 구글핏도 선보여 앞으로 있을 헬스케어 시장에 구글이 그냥 넘어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렇게 구글은 애플이 분리된 두 개의 OS 영역을 통합하면서 대응하는 것에 맞추어 안드로이드 중심의 단일 OS 중심으로 각 영역에 특화된 전략으로 맞선 모습을 보여줬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703875053ABDF9523)
관련 글 - 욕심 많은 구글의 또 다른 OS - 크롬 64 비트(링크)
관련 기사 - 구글, "TV,자동차 등 안드로이드 플랫폼 대거 공개..애플 압박 나서"(링크)
[구글 I/O] 헬스케어 플랫폼 '구글핏' 공개..애플 '헬스킷'에 대적(링크)
하나의 OS로 각각의 영역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각 영역에서 만족도 높은 UX를 제공하려는 의지이다. 구글 자체로만 보면 참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한국의 IT 제조업체 즉, 하드웨어적인 측면과 만나면 썩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129DA3753ABE14E08)
플랫폼 기업에게 운영체제는 단순한 기기 돌리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자사가 추구하고자 하는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내적인 힘이자 다양한 콘텐츠가 움직일 논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삼성전자는 그렇게 지지부진하지만, 바다에 이어 타이젠을 포기 못 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 글 - 2014 MWC 삼성전자의 타이젠과 웨어러블 그리고 플랫폼(링크) 타이젠 보다 더 가까운 삼성전자의 미래 - 녹스(링크)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곳은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분야다. 그곳에서만큼은 모두가 비슷한 시작을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태블릿을 지금 따라가기에는 애플과 구글의 간격을 좁히기 너무 힘들다. MS마저 고군분투하는 걸 보면 짐작이 될 거다. 그런데 이런 공간마저 구글이 메꿔가고 있는 거다. 웨어러블과 자동차, 저가 스마트폰 시장, 스마트TV 등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곳들을 더 촘촘하게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는 한국 IT 업체들이 그나마 운영체제를 구하고 유통채널을 구축한다 하더라도 새롭게 도전할 만한 시장 자체가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
관련 글 - 영리한 구글의 또 다른 시도 - 안드로이드 웨어(링크) 크롬캐스트 - 트로이 목마에서 방향을 바꾼 하드웨어 무력화 전략(링크) 크롬캐스트의 한국 상륙 - 스마트TV의 미래는?(링크)
그 결과 한국 IT 업체는 온전히 하드웨어만 남게 된다. 그런데 그 하드웨어도 녹록한 것이 아니다. 중국업체의 도약이 눈부시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디자인대로 카피 당하고 막강한 내수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밀고 들어오는데 당할 방법이 없다. 이런 걸 막기 위해서라도 복사되지 않는 경쟁력인 플랫폼이 필요한데 그 플랫폼의 핵심영역은 구축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고 한국의 IT 기업 브랜드와 하드웨어 경쟁력이 독일 자동차 기업 수준도 아니지 않은가? 이젠 정말 막다른 길이다.
애플은 제품의 포지션이 달라서 그나마 큰 걱정거리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구글은 다르다. 전 영역에 대한 장악을 목적으로 하면서도 하드웨어 대한 경쟁은 협력사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하드웨어 제조업체가 서로 미친 듯이 경쟁하고 그 경쟁의 과정에서 나오는 시장의 확대, 그리고 구글 서비스의 확장에 따른 결과물은 고스란히 구글의 것이 된다. HTC가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려 사라진다고 해도 구글이 아쉬울 것이 뭐가 있겠는가? 어차피 그 자리를 대체할 하드웨어 기업은 많은데. 그렇기에 이번 구글 I/O 2014는 사용자로서는 한결 편해지고 강력해진 UX를 기대할 수 있지만, 한국 IT 기업의 미래를 생각해본다면 더 어두워진 미래를 보여준 자리였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입니다(사진 1).
* 이 글은 아이에데이 IT 관련 미디어에도 기고(링크)됩니다.